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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설레게 하는 도시 SOKCHO

속초, 행복한 태교여행지 <포토수기 입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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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조회수
7319
수정일
201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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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기본소개

속초, 행복한 태교여행지

서울시 강남구 김혜영


1. 태교여행지로 선택한 속초

   ‘그래, 속초로 가보자.’

  임신한지 어언 7개월,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태교여행지를 선택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다. 따뜻한 일본 온천으로 가볼까, 아니면 멋진 몰디브 해안지로, 아니면 뱃속 쑥쑥이(태명)에게 공부가 되는 문화 유적지로……. 후훗, 어디로 가야 하나. 하지만 행복하게 펼쳐졌던 나의 상상의 나래는 소심한 남편의 태교여행 원칙에 의해 물거품이 되었다. 남편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태교여행지를 한국말이 자유롭게 소통되는 곳, 큰 병원이 있는 곳, 집에서 반경 200km이내,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곳으로 한정시켰다.


  결국 해외도, 섬도, 모두 갈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리고 그나마 산과 바다를 느낄 수 있고 집에서 너무 멀지 않은 속초를 태교여행지로 정하게 되었다. 나는 실망이 컸지만 혹시나 이것도 취소할까봐 1박 2일 짧은 일정으로 부랴부랴 떠나게 되었다. 내가 기억하는 속초는 산이 깊고 바다가 있다는 것 정도였다. ‘그래, 바다 보고 순산하자고 소리 한 번 지르고 오자. 쑥쑥이에게 파도소리도 들려주고.’

                                                                                      <안개 낀 속초 가는 길>

  

  큰 기대하지 않았던 속초 여행,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늘도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다. 하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차도 안 막히고 속초에 들어서는 길목인 미시령터널을 지나자 눈 덮인 산의 풍경이 장관으로 펼쳐졌다. 다 녹지 않은 눈이 나무들과 어우러져 마치 알프스 산맥과 같은 멋진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남편은 운전하면서 연신 감탄사를 외치며 사진을 찍으라고 외치고, 기계치인 나는 아무렇게나 셔터를 마구 눌러 결국 엉뚱하게 텅 빈 하늘과 산 끄트머리, 길 안내판만 잔뜩 찍고 말았다.


  결국, 남편에게 카메라를 뺏긴 뒤 툴툴거리다 문득 속초시립박물관에 대한 안내를 보게 되었다. 속초에는 대포항이나 해수욕장이 유명하다고만 알고 있던 나는 속초에 시립박물관이나 실향민 문화촌, 발해역사관이 있다는 것이 낯설기만 하였다. 하지만 태교를 위해서라도 박물관이나 문화촌을 구경해 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어 숙소에 가기 전 속초시립박물관을 방문하였다.


2. 다양한 문화 체험을 통해 다시 보게 된 속초

  “우아, 생각보다 굉장히 크고 깨끗하다.”

  처음 가본 속초 시립 박물관은 속초 초입에 자리 잡고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크고 깨끗하였다. 그리고 시립 박물관에는 과거 실향민들의 터전을 보여주는 실향민문화촌과 우리나라 유일의 발해 역사관, 동물 체험관, 속초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 있어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문화 체험과 함께 속초를 자세히 알 수 있도록 안내되어 있었다.

 

    
                       <왼쪽: 실향민 문화촌  가옥, 오른쪽: 실향민 문화촌 전경>

 

젊은 사람들 중에 과거 실향민의 삶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나 또한 우리나라에 실향민들이 있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실향민들의 아바이(아바이는 함경도 말로 ‘할아버지라는 뜻이다) 마을이나 독특한 문화는 이 곳에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또한 속초가 북과 가깝다는 사실도 이런 실향민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었다. 처음 본 피난민들의 옛 가옥들(하꼬방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다)과 옛 속초 기차역, 인형으로 만들어진 피난민들의 모습은 낯설고 신기하기만 하였다.


   “앗, 깜짝이야. 귀신인 줄 알고 깜짝 놀랐네.”

  아무 생각 없이 들여다 본 피난민 집의 내부에는 실물과 같은 사람들의 모형이 과거 생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인형들의 출현에 기절할 듯이 놀랐지만 과거의 모습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그 때의 삶의 모습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옛날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에서만 보던 부뚜막이나 동그란 밥상, 지저분하지만 선명한 반공 포스터, 신문지로 덮힌 벽 등을 보니 어릴 때 시골에서 본 기억들이 떠올라 정겹기만 하였다. 더군다나 바로 옆에서 들리는 수탉소리가 시골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 주었다. 구경을 하면서 쑥쑥이에게 실향민들의 모습과 북한과 남한의 관계를 설명해 주다 보니 문득 다른 아이들에게도 이 곳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아이들은 북한을 가난하고 못 사는 우리와 관계없는 나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바로 몇 십 년 전만 해도 북에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우리와 같이 생활하는 이웃이었다. 북한을 경계하고 멀게만 보는 아이들에게 과거 피난민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면 북한 사람들을 같은 민족으로 좀 더 가깝고 친숙하게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60~70년대의 과거 우리의 전통 문화도 체험할 수 있어 아이들의 문화 체험 학습으로 일석이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우리 쑥쑥이가 조금 크면 다시 꼭 와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바로 옆에 있는 발해 역사관을 가 보았다.


  알고 보니 속초는 드라마 ‘대조영’의 촬영지였다. 발해에 대해서는 책으로만 보았지 실제 유물이나 유적을 본 적이 없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속초에서 발해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보게 되다니 신기하면서도 낯설었다. 발해 역사관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발해 정효공주의 고분 묘실을 재현해 놓은 것이었다. 정효공주는 아름답고 총명하였지만 남편과 아이를 잃고 30대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엄마가 되는 시점이라 그런지 같은 여자로서, 한 아이의 엄마로써 정혜공주의 삶이 안타깝게 느껴져 짧은 묵념을 하고 많은 유물과 유적으로 발해의 역사를 알게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발해 역사관>

  그 다음 속초시립박물관에 과거 속초 사람들의 삶과 선사 유적지인 조양동 재현 모습을 보고 전망대에 올라 속초의 정경을 한 눈에 보았다. 과거에 속초 사람들은 동해바다를 이용하여 생계를 유지하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박물관에는 바다와 관련된 유물이 많았다. 과거의 사람들이 쓰던 어로도구나 관련된 사진, 모형들이 자세하게 잘 전시되어 있어 나처럼 바다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는 좋은 학습이 되었다.

                 <왼쪽: 속초 시립 박물관의 멸치 잡기, 오른쪽: 전망대>

  전망대에서 본 눈이 반쯤 녹은 속초의 모습도 절경이었다. 전망대에서 보면 설악산 울산바위와 달마봉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던데 날이 흐려 산만 볼 수 있던 것이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만족이었다. 산 정상 대신 전망대에서 순산하자를 외치고 다음날은 속초 바다와 함께 안내지에 나와 있는 석봉도자기 미술관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속초에 산과 바다 말고도 이렇게 볼 것이 많다니……. 속초를 몇 번 와 보았지만 처음 깨달은 사실이었다. 속초는 아이들과 함께 자연과 문화를 함께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최적의 체험 학습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숙소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석봉 도자기 미술관으로 가게 되었다. 남편과 나는 낯선 박물관 이름에 떡을 써는 어머니로 유명한 한석봉의 미술관 아니냐는 농담을 하며 도자기 미술관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실제로 본 미술관의 작품들은 정말 멋지고 대단하였다. 미술관은 속초에 적을 둔 석봉 조무호 선생님이 건립하신 것이었지만 시에서도 지원을 하여 우리나라 전통의 도자 문화를 잘 알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 곳의 도자기는 다른 도자기 유물과 다르게 도자기의 형태가 벽화나 접시 등 다양하였으며 그 크기 또한 대부분 2m가 넘을 정도로 크고 웅장하였다. 작품 중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도자기 접시로 기네스북에 오른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 보다도 놀라운 것은 작품 하나하나에 새겨진 섬세하고 아름다운 선과 색이었다. 세종대왕이나 인현황후 같은 역사적 위인이나 십장생, 설악산, 백두산 등의 모습이 오색으로 섬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 그림들이 도자기를 이용하여 그린 그림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사계절을 표현한 아름다운 도자기 접시와 기네스 인증서>

  문득 도자기 그림을 보다보니 바티칸에서 보았던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천장벽화가 생각났다. 작가의 오랜 인고를 통해 태어난 뛰어난 작품들은 그 열정과 아름다움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경외심을 가지게 한다. 전에 천지창조를 보면서 인간은 불굴의 의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꼈는데 석봉 선생님의 도자기 작품을 보니 그 때의 기분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감탄과 놀라움 속에 미술관을 구경하고 나와서 근처에 있는 속초해수욕장을 찾았다.


  원래 속초 여행의 목적은 바다를 보는 곳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즐거운 문화체험을 하고 바다에 도착하니 속초로 태교 여행을 선택한 것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여러 가지 새로운 경험을 하고 나니 나도, 아기도 새로운 배움이 되고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았다. 넓은 바다를 보면서 앞으로도 소중한 아기와 착한 남편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리라는 다짐을 하고 즐거웠던 속초를 떠났다. 떠나는 속초의 길 언저리에는 어제와 다르게 눈이 쌓인 햇살 속에 반짝거리는 산의 모습들이 펼쳐졌다. 나의 마음처럼 새로운 희망과 다짐을 나타내는 것일까.

                        <햇살 속에서 반짝거리는 눈 덮힌 미시령>

  사람은 자식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고 한다. 비록 결혼을 하였지만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무언가 허전하고 아쉬웠는데 이제야 따뜻하고 안정적이게 풍요로워지는 느낌이다. 오래간만에 가 본 속초 또한 어릴 적 놀고먹기만 하던 관광지가 아니었다. 자연과 문화 속에서 마치 넉넉한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함과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 주는 행복한 곳이었다. 나처럼 소중한 아이를 가진 새내기 엄마들에게 이야기 해 주고 싶다.

 “멀리 낯선 외국 땅에서 아름다움을 찾지 말고 우리 소중한 아이들에게 우리의 자연과 소중한 전통 문화를 느끼게 해 주세요. 우리 아이들은 우리 것 속에서 좀 더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답니다. 아이에게 주는 첫 선물,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가 있는 속초로 태교여행 가세요.”